솔직히 저는 《군체》를 보기 전까지 "연상호 감독이 또 좀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비가 학습하고 진화한다는 설정이 영화관 안에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뜬금없이 AI 뉴스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는 말은 맞지만, 그 이유가 생각보다 흥미롭습니다.집단지성, 영화 속 좀비가 AI처럼 느껴진 이유《군체》에서 감염자들이 기존 좀비와 달리 행동한다는 걸 처음 알아챈 순간은, 그들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도 그 장면에서 등골이 오싹했는데, 공포의 원인이 단순한 '빠른 좀비'가 아니라 '모방하고 배우는 좀비'였기 때문입니다.이 영화..
저는 공부 잘하는 동생 옆에서 자란 평범한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비교는 당연한 일이었고, 어른이 된 뒤에도 그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어메이징 메리》를 보면서 천재 소녀의 이야기인데도 제 눈에는 자꾸 다른 장면들이 걸렸습니다. 재능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비교라는 말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제 동생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습니다. 저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 평범한 아이였고, 같은 집에서 자랐지만 어른들의 눈에 우리는 분명히 다른 아이들이었습니다.처음에는 그저 성적 차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는 생각보다 오래, 생각보다 넓게 퍼져 나갔습니다. 대학원 진학 소식, 연구개발 성과, 수익 창출 이야기까지. 동생의 이야기가 들..
강한 사람이 혼자 살아남는 게 생존일까요? 알래스카 오지에서 비행기가 추락하고, 전직 특수부대원 제임스 벨몬트와 은퇴 군견 오딘만 남았습니다. 제가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이건 그냥 액션 영화가 아니다"였습니다. 상처받은 두 존재가 서로를 어떻게 지탱하는지,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이라고 느꼈습니다.군견 오딘이 평범한 반려견이 아닌 이유영화를 보면서 오딘이 단순히 주인공 옆을 따라다니는 '귀여운 소품'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는데, 솔직히 우리 집 아이는 오딘과는 많이 다릅니다. 식탐 엄청나고, 힘은 저보다 훨씬 세고, 덩치는 크고 애교는 넘쳐납니다. 그래서 처음엔 오딘을 봤을 때 "아, 이번에도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나오는 거구나" 싶었습니다.그..
솔직히 저는 기억상실 소재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딘가 작위적이고 편의적인 장치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웨이브 오리지널 《리버스》를 보고 나서 그 편견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단순히 과거를 잊는 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통째로 잃어버리는 일이라는 걸 이 드라마가 꽤 날카롭게 짚어냈기 때문입니다.기억상실이라는 소재, 왜 이번엔 다르게 느껴졌나《리버스》의 주인공 묘진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완전히 잃습니다. 눈을 떴을 때 곁에는 자신을 약혼자라 소개하는 남자 준호가 있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묘진의 유일한 '과거'가 됩니다. 이 설정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기억상실(Amnesia), 즉 뇌 손상이나 강한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기억이 일부 혹은 전부 소실되는 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