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가족을 원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좋은 일은 제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잘 안 풀릴 때는 태어난 환경 탓을 했으니까요. 영화 《비광》 예고편을 보다가 그 오래된 감정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전설의 타자에서 밑바닥까지 추락한 아버지, 모든 것을 잃은 어머니, 그 사이에서 자라난 딸이 친구의 죽음으로 살인 용의자가 되는 이야기. 단순한 범죄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제가 느끼기엔 이건 가족이라는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무거운 것인지를 묻는 작품이었습니다.부모의 선택과 아이의 죄책감영화 속 동주는 어머니 쪽 친구가 사망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그런데 제가 영상에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장면은 동주가 꺼낸 한마디였습니다. "아빠, 엄마 죽은 건 나 때문이야." 일반적..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재난 장르에서 '가족'이 그렇게 중요한 서사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2024년 개봉한 재난 스릴러 《서바이브》는 자기 공명 역전(磁氣極 역전), 즉 지구 자기장이 뒤집히면서 바닷물이 육지로 쏟아지는 극단적 재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설정이 다소 허술하다는 걸 알면서도 제가 끝까지 눈을 떼지 못했던 건, 화면 너머로 제 이별 직후의 감각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바다가 사라진 세상 — 당연함이 무너질 때영화는 평화로운 요트 위에서 시작합니다. 아들 벤의 생일을 축하하던 가족에게 이상 신호가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하죠. 인터넷이 끊기고, 하늘에서 무언가가 추락하고, 엔진이 멎습니다. 그리고 폭풍이 지나간 다음 날 아침, 바다가 통째로 사라져 있습니다.여기..
저는 공부 잘하는 동생 옆에서 자란 평범한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비교는 당연한 일이었고, 어른이 된 뒤에도 그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어메이징 메리》를 보면서 천재 소녀의 이야기인데도 제 눈에는 자꾸 다른 장면들이 걸렸습니다. 재능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비교라는 말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제 동생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습니다. 저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 평범한 아이였고, 같은 집에서 자랐지만 어른들의 눈에 우리는 분명히 다른 아이들이었습니다.처음에는 그저 성적 차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는 생각보다 오래, 생각보다 넓게 퍼져 나갔습니다. 대학원 진학 소식, 연구개발 성과, 수익 창출 이야기까지. 동생의 이야기가 들..
